
디지털 노후, 관계의 회복은 ‘화면 속 얼굴’에서 시작된다60대 이후의 삶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시간의 흐름보다, 관계의 빈자리다. 오랜 시간 곁에 있었던 동료들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자녀는 바쁜 일상에 치이고, 손주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더 자주 들여다본다. 손주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품에 안고 웃음을 주던 아이가, 어느덧 나보다 더 빠르게 휴대폰을 다루는 모습에 적잖이 놀란다. 손주의 사진은 자녀의 메시지로 가끔 도착하지만, 그 사진 속 표정이 지금 나와 어떤 관계인지 실감하기란 어렵다. 디지털 노후란, 단순히 기계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끊어졌던 관계를 기술을 통해 다시 잇는 시도이기도 하다. 영상통화는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따뜻한 도구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어렵지만, 손주의 생생..